아이가 영어를 우리말처럼 편안하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말문이 트이면서부터 고민되는 조기 영어교육. 해도 될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될까?…. 수많은 고민으로 섣불리 시작할 수 없는 육아영어. 그런데 갖가지 시행착오 끝에 당당히 육아영어를 정복한 엄마가 있다. 순토종 보통 엄마의 조기영어 홈코칭 48개월 체험 스토리를 들어본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려면 누구나 영어를 해야 한다? 혹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을 견뎌내려면 누구나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사실이 그렇다. 자국의 언어보다도 영어에 관한 교재가 많고 학원이 많은 나라. 딱히 영어권에 가서 살지 않더라도 누구나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나라.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들은 "영어교육"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제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까지 다루고 있어 그 관심도는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아이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는 연령이 조금씩 낮아진다.
조기 영어교육. 이러한 현실에서 엄마들이 조기 영어교육에 대해 관심을 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시키는 것이 좋겠지, 라는 욕심에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대학등록금에 육박하는 수강료를 내면서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간혹 아이들은 너무 일찍 시킨 영어교육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다니기도 한다. 집에서 가르치자니 벅차고, 전문 기관에 보내자니 비용도 비싸고, 부작용도 걱정되고…. 그런데 뜨거운 감자같이 느껴지는 조기 영어교육을 너무나 의연하고 멋지게 성공한 엄마가 있다.

엄마도 함께 해야 아이도 받아들인다

얼마 전 "육아영어(팜파스 출간)"라는 책을 낸 유지연 씨가 그 주인공. 결혼 전 영어문법 강사를 하긴 했지만 문법 위주, 독해 위주로 벙어리 영어만 나열하던 그녀가 지금 만 네 살인 도형이를 바이링걸 키드(bilingual kid : 2개 국어를 하는 아이)로 키운 것이다. 실제로 만나본 도형이는 영어로 말을 건네면, 영어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말하고, 우리말을 건네면 우리말로 말한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영어로 말했다가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느끼면 한국말로 바꾸어 말해주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영어를 접하게 해주었다는데 그녀는 조기 영어의 부작용이 겁나지 않았을까? 직접 가르친다는 것이 벅차지 않았을까?
“조기 영어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함께 접하게 돼요. 하지만 부작용이라는 것이 자세히 살펴보니 엄마는 하지 않고 아이에게만 강요함으로써 비롯된 것이더군요. 엄마도 부담을 가질 정도로 어려운 영어를, 자기에게만 강요하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에 대한 조사도 많이 했었어요. 조사와 연구로 얻은 결론은 역시 엄마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도 영어 강사였으니까,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낸 것이지, 보통 엄마 같았어봐"라는 말 많이 들어요. 창피하지만 영어문법 강사는 회화를 쓸 일이 없어요. 회화나 작문에 약한 것은 마찬가지죠.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회화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저도 부담이 되긴 했어요. 하지만 자꾸 재면 아예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시작해버렸어요.”

쑥스러움, 아이와 같이 넘어서다

“다들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로 말하지?"라는 고민을 하지만, 사실 육아영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영어로 아이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아직 말을 못하고 누워 있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독백을 하듯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누워 있는 아이를 상대로 쓰는 영어문장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적어두거나 가장 짧은 말로 대치하면 돼요. 하지만 적어둔 것이라도 큰소리로 아이에게 말걸듯이 한다는 것이 너무 어색했어요. 특히 남편이 있는 곳에서는 왠지 쑥스러워 더 말할 수 없었지요.”
"내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 내 발음을 흉보면 어쩌지?" 학원 강사였던 그녀가 육아영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뛰어넘기 어려웠던 벽은 혼자 말하기였단다. 눈으로 읽는 것만 익숙하고 자기 표현을 하는 것이 어색한 우리들, 누구에게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다. 처음 육아영어를 시작했을 때 첫 한두 달은 그녀도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 고생했었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크게 말하기 연습을 하다보니 그녀는 점점 애교 있는 아내, 상냥한 엄마가 되어 갔다.

영어 시나리오 대본을 만들다

그녀는 우리말로 1번 말하고, 영어로 1번 말해주는 식으로 생활영어를 가르쳤다. 아니 가르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영어를 읽어주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그녀는 영어를 못하는 엄마일수록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가르치기 시작하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영어를 못하시는 분일수록 아이가 어릴 때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릴수록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상황이 적거든요. 신생아의 경우 기저귀를 갈 때, 젖을 줄 때, 목욕을 시킬 때, 잠을 잘 때 정도거든요. 인터넷에서 영어교육과 관련된 사이트들을 들어가면 그런 상황에서 쓰이는 말을 찾을 수 있어요. 그러면 그걸 시나리오 대본처럼 적어두는 거예요. 지문까지 소상히. 그걸 모두 외울 필요는 없어요. 자꾸 외우려고 들면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거든요. 대신 방안을 각각의 상황이 벌어지는 구역으로 나누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기저귀는 방의 오른쪽 위쪽에서, 잘 때는 왼쪽 아래쪽에서 등등. 그리고 그 구역에 미리 만들어 놓은 영어 시나리오를 붙여놓는 거예요. 그리고 커닝을 해가며 말해주면 돼요. 아무리 머리가 나쁘신 분도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에 상황별 회화를 모두 외우게 될 겁니다.”
영어로 시나리오 대본을 만들 때는 처음에는 한글로 대본을 만든 다음 인터넷에서 적당한 문장을 찾아 대치해 나가도록 한다.

엄마 먼저 영어에 중독되다

시나리오에서 벗어나는 말은 적어두었다가 아이가 잠들고 나면 사전이나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당연히 그녀의 영어 시나리오는 아이가 자라면서 분량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상황도 늘어났거니와 아이가 말을 하게 되면서는 대답을 미리 예상해서 준비해 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일에 이런 비유를 하긴 뭐하지만, 그녀는 마치 마약처럼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게 하려면 엄마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갓난아이 때부터 영어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그런 척하던 엄마는 계속 그런 모습을 지켜가기 위해서 쉴 새 없이 공부하게 되는 거지요. 저 같은 경우 서너 개의 영어카페에 가입해 실생활에 필요한 영어정보를 묻고 또 물었습니다. 가볍게 시작했던 것이 제 쪽에서 중독되어 멈출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죠.”
하루종일 혹은 완벽한 영어로 내내 말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영어로 말하고 나면 반드시 우리나라 말로 다시 말해주었다. 이 때문인지 아이는 전혀 영어와 한국어를 혼동하지 않고 구사한다.

외지 않는다, 메모에 의지한다

아이가 자랄수록 대본을 넘어서는 상황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때는 메모를 활용한다. 사실 메모는 벌써 육아영어를 가르치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던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연 씨가 메모에 대해서 다시한번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 저도 메모를 활용할 때 별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공간별로 그 상황에서 필요한 문장들을 메모해서 적어두지만, 그걸 "다 외우고 말해야지"라고 생각하니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더라고요. 따라서 육아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완벽하게 외워서 말하려 들지 말라는 것입니다. "뭐였더라" 하면서 메모를 슬쩍 보며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 아이에게 더 많이 들려준다는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완벽하게 말하려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수록 입 열기는 점점 힘들어진다. 유지연 씨가 나름대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게 된 비결은 메모의 힘이라고 한다. 문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메모지에 적혀진 문장을 자꾸 반복하여 써먹다 보면 문법이 몸에 익게 된단다. 그리고 메모에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상황이라는 것이 생각한 대로 그렇게 벌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아이가 던질 때도 있지요. 저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했어요. I didn"t know how to say in english!(나는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곤 우리말로 말을 해준 다음 메모를 하고 다시 찾아보았어요.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나와 같이 공부하는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얼굴 근육을 움직여야 발음이 좋아진다

발음에 대한 확신은 있었을까 물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하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뱃살이 쏘옥 빠졌다는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한 단어라도 공들여서 아이에게 들려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되니, 별 연구를 다하게 되더라고요. 영어발음을 잘하려면 모음을 짧게 끊어서 말하는 방법을 익혀야 해요. 배에 힘을 주고 큰 소리로 악센트를 넣어 말해야 하고요. 그런 연습을 하다보니 뱃살이 쏘옥 빠졌어요. 잘 살펴보니 우리나라 말에는 음이 별로 없더군요. 높낮이도 없고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고르게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 영어발음을 하려면 입 모양이 빨리 찢어졌다가 앞으로 쭉 내밀어야 하는 것들이 어려운 것 같았어요.”
영어발음을 잘하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던 그녀, 얼굴 근육 운동과 성량을 키워주는 체조를 개발해냈다. 영어발음을 할 때 많이 쓰는 발음과 입 모양에 유의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커다란 입 모양과 아랫배에 힘이 필요한 운동으로 이름 붙이길 "얏 윳 잇 욧 예" 체조이다. 이것을 순서대로 입 모양에 유의하여 해나가면 처음에는 머리가 울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익숙하게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 "가나다라…"를 순서대로 넣어가며 연습하면 된다.

돈 들이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다

스스로를 "짠순이"라고 칭하는 그녀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산 동화책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보고 확실한 것만 구입하기 때문이다. 비디오도 그녀가 미리 직접 본 외국방송을 녹화해서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무리 검증된 비디오라도 아이와 함께 보고 또 보면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제가 좀 알뜰한 편이라 책도 쉽게 사지 않아요. 무턱대고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지도 않죠. 그보다 인터넷 영어 전문 서점 사이트의 키드숍 코너에 엄마들이 써놓은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더 좋거든요. 사실 포인트 점수를 받으려면 후기를 성의 있게 써야 하기 때문에 믿을 만하답니다. 이곳저곳의 영어 전문서점에서 정말 좋은 점수를 받은 책만 구입하죠. 직접 그 책을 훑어보고 사고는 싶지만, 아이 둘 키우는 엄마들은 아시다시피 잠깐 외출하는 것도 여의치 않거든요. 영어전집 같은 것은 절대 사지 않아요.”

도형, 아빠 영어공부 시키다

이제 만 4세 된 도형이는 한국인을 보면 한국말로, 외국인을 보면 영어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앞으로 이러한 환경을 계속 유지해주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사실, 저는 계속되는 공부라 그냥 더 열심히 하면 되겠다, 라고만 생각하지만, 도형이 아빠는 부담감이 많을 거예요. 아이에게 육아영어를 하든 말든 관심도 없던 사람이, 아이가 영어로 말을 걸면 못 알아듣거나 대답을 못해 난감해하거든요. 물론 아빠가 못 알아듣는 것 같다 싶으면 도형이가 알아서 우리말로 해주지만요. 그래서 요새 제가 처음에 시작했던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하느라 바쁘죠.”
영어신동이 났다고 하는 집에 가보면 엄청난 양의 영어 교재들이 넘쳐흐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인데, 유지연 씨 집에는 몇 권의 영어 그림책뿐이다. 그 대신, 닳고닳은 어른용 사전과 영어 학습책 몇 권이 있을 뿐이다. 영어가 적혀진 하얀 A4지가 온 집안 벽을 도배하고 있는 이곳. 외국인 영어 강사가 있다는 값비싼 영어학원보다 더 멋져 보였다.

유지연 씨가 추천하는 공짜로 영어 배우는 사이트

■리틀팍스 www.littefox.co.kr 멀티미디어 영어동화와 영어동요,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쑥쑥 www.suksuk.co.kr 육아영어 교육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시사영어사 www.ybmsisa.com E4U 학습메일을 신청하면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이보영의 www.eboyoung.com 아이보다는 엄마의 영어공부를 위한 사이트.
■윈글리쉬 www.winglish.com 영어에 대한 각종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다락원 홈페이지 www.ddnet.co.kr 영어, 일어, 중국어 학습 정보가 가득하다.
■EBS www.ebs.co.kr/index.asp 풍부한 학습 자료와 뉴스를 얻을 수 있다.
■디즈니 disney.go.com/characters/index.html 미키마우스, 헤라클래스, 뮬란, 인어공주 등 디즈니 주인공들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비 www.barbie.com 예쁜 인형 바비를 직접 꾸밀 수 있는 게임이 있는 곳.
■스칼래스틱 www.scholastic.com 유명한 스칼래스틱 출판사의 홈페이지, 각종 게임과 정보가 가득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www.nationalgeographic.com 자연 다큐멘터리와 여러 가지 동물에 대한 생생한 정보가 있다.
■ABC.NET www.abc.net 각 항목별로 링크되어 있는 사이트가 많아 유용하다.
■BBC 온라인 스토리북 www.bbc.co.uk/schools/laac/idex.shtml 영국BBC의 어린이 사이트에서 제작한 온라인 스토리북을 읽을 수 있다.
■스토리플레이스 스토리북 모음 www.storyplace.org 재미있는 멀티미디어 스토리북을 만날 수 있다.
■Li"l Fingers 그림책 모음 www.lil-fingers.com 다양한 스토리북은 물론, 다른 좋은 것들이 많이 링크되어 있다.

출처:여성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