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말을 못해서,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발음이 어눌해서 엄마들은 내 아기에게 혹시 언어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대개는 아기가 똑똑하길 바라는 마음이 지나쳐서 생기는 기우이지만, 간혹 진짜 언어 장애를 가진 아기들이 있다. 취학 전 연령의 아동 중 5~10%가 언어 장애를 보인다는 통계를 보면 방심할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과연 정상과 장애, 그 경계는 어디쯤일까?

아기가 말이 늦거나 잘 못하는 이유는?
태아기 때의 문제로_ 아기의 발달은 이미 태아 때부터 시작된다. 태아는 7개월이 지나면 눈, 귀, 코, 혀, 피부 등을 통해 감각을 느끼며 정신 활동을 전개하는데, 이때 엄마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은 태아의 뇌 형성에 영향을 주어 발달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임신 중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 영양 결핍, 과로, 특정 약물 복용, 방사선 노출 등이 대표적이다.
MBPA 종합발달활동센터 정인태 소장은 "태아기 때 발달이 지체되면 아기는 상호작용을 하지 못해 인지와 정서, 그리고 기억 능력의 발달이 총체적으로 지체될 수 있습니다. 결국 언어 장애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죠. 따라서 엄마는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말하는 것만 늦돼서_ 아기가 생후 6개월이 지나도 옹알이를 하지 않거나 만 2세가 지나도 의미 있는 단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면, 언어 능력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만 3세가 되도록 두 단어 정도로 구성된 간단한 문장도 제대로 말하지 못할 때도 이에 해당한다. 간혹 지능은 정상인데 언어 발달이 좀 늦은 아기들 중에는 말을 잘 알아들으면서도 표현 언어의 발달만 늦는 경우가 있다. 이를 특별히 '발달성 표현 언어 지연'이라고 하는데, 미국의 통계를 보면 전체 아이들의 5%나 된다고 한다. 이런 아기들은 말하는 것만 늦어질 뿐이어서 특별한 언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폐증이 있어서_ 간혹 생후 수개월이 지나도 사람을 보고 웃지 않고 안아달라고 하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기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어른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 행동을 보이지 않고 괴성을 지르거나, 반복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 그리고 사람과 어울리는 데 관심이 없으면서 말이 늦을 때는 자폐증을 의심한다. 이들은 말을 하더라도 무의미한 단어를 되풀이하거나 남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능(IQ)이 낮아서_ 언어 발달에는 음운, 어휘, 문법 등 추상화, 혹은 상징화시키는 능력이 요구되므로 지능(IQ 70 이하)이 낮은 정신지체 아동의 경우 언어를 배우는 데 문제가 생긴다. 대개 소리에도 정상적으로 반응하고 다른 아기처럼 옹알이도 잘하지만 자라면서 또래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어휘도 빈약하다. 지능이 낮은 것이 문제이므로 언어 이외에도 전반적인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는 것이 특징이다.

청각 장애가 있어서_ 청각을 통해 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언어 획득이 곤란해지는 경우다. 청력에 장애가 있더라도 옹알이는 정상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7~8개월이 되면 옹알이가 없어지고 말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발음이 안 된다.
이밖에 중이염 등으로 인해서 청력 상실이 생겼다가 좋아진 경우도 언어 발달에 미세한 지연이 생길 수 있다. 뇌의 청각 신경로가 성숙되는 결정적 시기는 태어나서부터 생후 12개월까지인데, 생후 12개월을 전후로 중이염 등을 앓으면 청각 신경로의 성숙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적 압력이 주어지지 못하면 기능에 변화를 초래하고 청력 상실뿐만 아니라 언어를 담당해야 하는 뇌의 능력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조음 장애가 있어서_ 구강에서 자음·모음을 만드는 과정이 어려워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다른 장애 없이 순수하게 조음 장애만 나타나는 아기는 적으며 대부분 정신지체, 뇌병변, 구개파열 등과 관련한 언어 발달 체제의 이상이 동반된다. 대체로 영아 때부터 옹알이가 적고 "엄마"라는 말을 또래보다 늦게 하며 발음이 좋지 않았다면 이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왜곡된 발음으로 고착되기 전에 치료는 필수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조음 장애의 30%만이 모든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있으며 적절한 훈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