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할머니와~
숟가락으로 주는 이유식에는 찡그리면서도 젖병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다은이. 오물거리면서 젖병 빠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예쁘고 평화스러워 보이는지 모른답니다. 얼마 전 다은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봐주시던 할머니가 그만두시면서 중국인 할머니가 오셨어요. 다은이가 이 할머니와 친해지게 하려고 저와 다은이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우유 먹이기’를 과감하게 할머니에게 양보했답니다. 다은이는 눈뜨자마자 우유를 먹고 싶어하는데 저는 모른 척한답니다. 물론 출근 준비하는 동안 가만있지 않죠. 출근하기 직전 다은이의 떼가 극에 다다를 즈음, 할머니가 젖병을 내밀면 금세 바뀌는 표정이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바로 그 표정이랍니다. 다은이에게 출근 인사를 하면 보는 둥 마는 둥 우유만 쪽쪽 빨아 먹네요. 요즘은 할머니가 우유 주는 걸 알아서 젖병만 보면 할머니에게 달려가니 우유 먹이는 행복을 맛볼 수 없어 가슴이 허전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하루 종일 함께 있어야 하는 할머니와 다은이를 위해 그 정도 행복은 양보해야겠죠?
다은 엄마 최**(9개월·29세,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

어머님이 거짓말하시겠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 우는 아이를 달랜다? 그런 비법은 없는 것 같아요. 출근할 때 우는 규민이를 달래려고 안 써본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큰 소리로 노래 부르기, 과자 쥐어주기, 까르르 웃으며 달래주기, 업고 흔들기…. 그래서 어머님이 업고 베란다로 나가시면 그냥 몰래 나가죠. 육아서적을 보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쓰여 있던데, 그 책을 쓴 사람은 규민이처럼 울음 안 그치는 아이를 떼놓고 출근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솔직히 저도 몰래 나가면서 왜 걱정이 안 되겠어요. 그런데 어머님 말씀이 베란다에서 실컷 놀고, 과자도 좀 먹고 기분 좋아지면 그냥 엄마 없나 보다 하고 그대로 잘 논대요. 가끔 찾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불 들어오는 공이나 소리 나는 칼처럼 규민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리면 금방 잊어버린다는군요. 다른 사람 말이면 못 믿을 수도 있겠지만, 설마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손자 일로 거짓말하시겠어요? 출근할 때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울음을 안 그치는 아이라면요…, 어머님들! 그냥 몰래 나가세요.
규민 엄마 권**(16개월·33세, 인천시 중구 송월동)

 아이 울음에 속지 마세요
엄마와 떨어지면 어느 아이나 다 울어요. 큰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맡길 때는 아이가 우는 걸 보고 발걸음이 안 떨어지고 코끝이 찡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게다가 다른 아이들도 우리 아이처럼 우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이곳에서 엄마 기다리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지요.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들으니 엄마가 단호하게 떼어놓는 아이일수록 더 적응이 빠르다고 해요.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 눈치는 훨씬 빨라서 엄마가 망설이는 것, 미안해하는 것을 귀신같이 안다나요. 그래서 저도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시우야, 엄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시우는 유치원에서 재미있게 놀자. 그리고 우리 저녁때 만나자” 하고 짧게 인사하고는 얼른 돌아서 나왔죠. 역시 떼어놓을 때마다 악을 쓰던 아이가 단호한 모습을 보인 후로는 2주 만에 조용해졌답니다. 알고 보니 아이들 울음은 엄마를 향한 시위였던 겁니다.
시우 엄마 방**(20개월·30세,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2동)

 후배 맘들, 시간이 약이니까 걱정 놓으세요
저도 한때는 아이를 놀이방에 떼어놓고 나오느라 울먹인 적도 있어요. 하지만 모두 지난 이야기죠. 이제는 ‘아이들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후배 엄마들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한답니다. 그렇다고 우리 가현이가 순한 아이냐고요? 절대 아니죠. 아빠의 말을 빌리면 ‘공주의 탈을 쓴 삐삐’라나요. 첫날과 그 다음 날은 얼떨결에 떨어지더니 셋째 날부터는 놀이방 입구에서부터 몸부림을 치며 울어대는 거예요. 순간 마음이 약해졌지만 유모차를 놀이방에 밀어 넣고는 아이가 울든 말든 명랑하게 “안녕~!”하고 나왔어요. 아파트 입구 현관까지 걸어 나오는 동안에도 가현이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니 제 마음도 울렁거렸죠. 하지만 출근 안 하면 누가 월급 준답니까? 씩씩하게 출근하고 다음 날도 또 보냈죠. 다음 날은 아파트 입구까지 나오기 전에 울음소리가 확 줄어들었고, 일주일쯤 지나니까 놀이방 문을 닫기 전에 울음을 뚝 그치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안녕~!” 하고 인사하면 같이 손까지 흔든답니다.
가현 엄마 염**(28개월·35세,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오빠는 유치원 가는데 넌 집에 있어!
큰아이가 일곱 살, 작은아이가 두 살이니까 터울이 많이 나는 편이죠. 어머님이 아이를 봐주셨는데 하루 종일 혼자 돌보기 힘들어하시기에 작은아이가 돌 지나면서부터 오전에만 놀이방에 맡기고 있어요. 제가 퇴근이 늦어 아이가 잠든 후에 들어갈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답니다. 아이 둘 아침부터 씻기고, 밥 먹이고, 옷 입혀서 작은아이 먼저 놀이방에 내려주고, 큰아이는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가는데 작은아이가 영 협조를 안 하는 겁니다. 옷을 안 입는다고 버티죠, 놀이방 앞에서는 안 들어가겠다고 울어대죠. 정말 저도 울고 싶었어요. 며칠 전 작은아이가 옷을 안 입으려고 버티기에 소리를 질렀어요. “좋아! 오빠만 유치원 가고 넌 집에 있어!” 아직 두 돌이 안 된 아이에게 내가 너무했나 싶어 후회하려는데 작은아이가 옷을 집어들고 오더니 입혀달라는 거 있죠? 옷을 입혀주니 자기도 함께 나가겠다며 노란 가방을 들고 달려오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놀이방 앞에서 몇 번 더 울기는 했지만 “가원이도 오빠처럼 유치원 가자” 하면 이제 고개를 끄덕끄덕합니다.
가원 엄마 고**(3세·36세, 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샐리 어디 있어?
우리 여진이는 누가 봐도 천생 여자랍니다. 인형 보기를 아기 돌보듯 하거든요. 아기 인형만 보면 아기를 보는 엄마처럼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답니다. 물론 순전히 엄마 생각이지만 얼굴도 여성스럽고요. 그런데 엄마가 근할 때는 입을 뾰로통하게 내민 채 징징거리고 따라다니며 울어대서 신경을 긁는답니다. 오히려 더 어릴 때는 순순히 떨어지더니 두 돌 지나면서부터 더 난리예요. “여진아, 엄마는 지금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 돼. 넌 할머니한테 가 있어.” 아무리 부탁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그래서 좀 잔인하기는 하지만 여진이가 가장 아끼는 샐리를 볼모로 삼았지요. “샐리야, 너 언니랑 놀아. 뭐 안 논다고? 샐리 때려줘야겠네. 맴매” 하면서 때리는 시늉을 했어요. 그랬더니 더 크게 울면서도 샐리를 저에게서 빼앗아서 품에 안고 할머니에게로 가는 것 있죠. 딸아이의 그 따뜻한 감정을 이용했다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진이가 떼쓸 때 “샐리 어디 있어?” 하면서 찾기만 해도 샐리 맴매할까 봐 얼른 샐리를 안고 가버려서 출근 준비는 더 빨라졌답니다.
여진 엄마 김**(3세·33세,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외출이 좋아좋아~
제가 출근이 늦은 편이라 꼭 아이가 한창 놀 때 출근하게 되네요. 사실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 말씀으로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래 나가면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하면서 몰래 가라고 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엄마와 아이 사이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면서요? 얼마 전부터는 몰래 나가지 않고 인사를 하고 나가는데, 잘 놀다가도 엄마가 나간다고 하면 꼭 울어요. 아직 8개월밖에 안 되었고 이모님이 잘 봐주시지만 그래도 엄마가 나가는 건 싫은가 봐요. 그래서 낸 아이디어. 제가 출근 준비할 때 아이도 함께 옷을 입혀요. 코트도 입히고, 모자도 씌워주고요. 그러면 함께 나가는 줄 아는 모양인지 가만있더라고요. 일단 유모차에 태워 함께 나간 다음에 “동훈아, 엄마 학원 갔다 올게. 잘 놀고 있어” 하고 손을 흔들면 집에서와는 달리 그냥 쳐다보기만 해요. 요즘은 추워서 데리고 나가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이가 외출을 원하는데.
동훈 엄마 정**(8개월·32세,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