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에서 씻기 위해 받침대 위에 올라서는 것이 위험하다며 물을 받아 주자고

내가 제안한 터였다.

조금 뒤 남편은 고성을 질렀다. " 여보, 쟤 좀 봐. 손에 비누칠을 한지가20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저러고 있어."  남편은 다시 지원이를 보면서 말했다.

" 그만 해.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벌써 몇 번째야. "

지원이는 남편의 리더십에 정면 도전했다.

남편은 네 살짜리 딸에게 자신의 리더십을 통하게 하려고 계속 혼을 냈다.

하지만 지원이는 양손에 거품을 잔뜩 묻힌 채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지원이에게 "비누칠이 재미있는 모양이구나. 계속 비누칠을 하고 놀래?"하고 물었다.

지원이는 "네, 재미있어요. 어린이 집에서 친구들이 손 씻을 때 이렇게 하고 놀아요"

하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비누칠을 할 거니?"하고 묻자 지원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지원이를 바라보고 씽끗 웃으며 말했다.

"손 씻을 때 비누칠을 하는 것은 좋지. 벌레도 없애 주고 손을 깨끗이 해 주니까.

그런데 계속 손에 비누를 묻히고 있으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가 없을거야.

지원이가 좋아하는 과일도 못 먹지. 그러니까 빨리 손 씻고 나가서 놀자."

지원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내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지원이를 꼭 끌어 안아 주었다.

"엄마가 지원이를 혼내려는 게 아니고 사랑해서 그런거야. 사랑해."

지원이가 울음을 그치고 내 눈을 바라보았을 때, "비누칠은 손 씻을 때만 하자. 이제는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맛있는 과일도 먹어야지. 약속하지?"

라고 말했다.

지원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시 남편이 대야에 물을 떠다 주는 것을 보고 나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곧 지원이는 손을 씻었다.

나아가 남편이 준 수건으로 손을 닦은 다음 대야에 있는 물기까지 깨끗이 닦아

화장실 한 귀퉁이에 반듯하게 놓았다.

지원이는 내가 바라던 기대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 뒤 우리 집에서 오랫동안 비누칠 사건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았던 네 살짜리 딸에게도 통한 부모의 리더십은 사랑이었다.

지금은 11살이 된 학교의 리더십 반장이 된 우리 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