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신의 노하우

슬럼프여, 어서 오라

(글맥 학원 목동본원 사회과 대표 강사/ 김철)

 경쟁 사회는 긴장의 연속이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고, 또 우리가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편의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논리는 자연 생태의 법칙인 줄만 알았는데, 그 자연 생태의 법칙을 더욱 지독하게 업그레이드 시켜 자신들의 생활에 적용시키는 인간의 지독함이여. 나날이 더해만 가는 인간의 포악함을 견뎌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동안 시간은 그렇게 흘러 흘러 온 듯하다.

1. 슬럼프, 오는 것이 정상이다.

이렇듯 긴장 속에 살아가는 소위 전문직이라 말하는 학원 강사에게 ‘슬럼프’를 논한다는 자체가 어찌 보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슬럼프라는 것은 모름지기 별다른 노력 없이도 어느 정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안정성을 담보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은총(?)은 아니다. 또한 인간이 슬럼프에 대해 인식한다는 것은 그 담보된 안정성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성숙을 향한 인간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의 고통스러움을 감내하면서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通過儀禮)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슬럼프 한 번 겪어보지 못했다면, 그동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과, 자기도 모르는 새 그저 세상을 쉽게만 살아가려 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당시의 나 역시도 별다른 노력 없이 어느 정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근거 없는 안정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목적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과, 학부모 등쌀에 나날이 쉬워만 가는 학교 시험 문제는 이 같은 안정감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주위의 시선들은 이 같은 나의 노력에 제동을 걸어오곤 했었다. 어찌 보면, 그 순간 내가 힘들었던 것은 슬럼프로 인한 불편함 때문이라기보다는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에 대한 저항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사람이란 슬럼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슬럼프의 상황에 스스로를 맞춰 나가는 데 더 익숙하기 때문에 슬럼프를 극복하려는 주변의 노력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슬럼프에 처한 상황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든, 그것에 맞춰 나가든 슬럼프에 대처하는 방법도 정답이 존재할 리 없다. 하지만, 슬럼프는 마치 깊은 늪과 같아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숙이 빠져드는 공통의 경향이 있다. 따라서 슬럼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그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터득했던 요령을 이 시간에 함께 나누고자 한다.

2. 슬럼프는 점프를 위한 준비다 - 잠시 쉬어 가자.

 젊은 시절, 컴퓨터를 익히면서 재미를 붙였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타자연습’이다. 더듬더듬 하나씩 자판을 외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자판을 다 외우고 나니 분당 120타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그 후로 줄곧 타수를 높이기 위한 내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매일 2시간 이상 타자연습에 몰두했었고, 내 노력은 단 한 번의 배신 없이 내 실력을 향상시켜 주었다.
타자연습에 몰두한 지 두 달여가 지난 어느 날, 아무리 노력해도 타수의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처럼 분당 200타를 목전에 두고 벽은 쉽게 깨지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잠시 쉬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미련 없이 타자연습을 중단하고 일주일 정도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았었다.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나는 다시 자판 앞에 앉았고, 이전과 똑같이 타자연습을 재개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이나 연습을 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타자 실력은 분당 230타를 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것과 같았던 그 슬럼프 기간 동안 쳇바퀴 돌 듯 했던 내 실력은, 결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향상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로 나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되었다. 또 최선의 노력 속에 지치게 되면, 잠시 쉬어 주는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3. 슬럼프야, 놀자.

슬럼프는 분명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오기를 부리게 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저 잠시 동안의 침체기로 단정하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막연하게 기대를 걸어서도 곤란하겠지만, 슬럼프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발전의 징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슬럼프에 빠져있다면,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자신에게 스스로 칭찬 한마디 던져주자. 그리고 슬럼프 자체를 발전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잊지 않되,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충분히 허락해 주도록 하자. 슬럼프는 스스로의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 가운데 하나라는 점,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 또 사용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갖는다면, 슬럼프를 이기겠다는 노력은 무색해지지 않을까.

자, 이제부터 슬럼프를 반겨보자.

Hi, Mr. Slu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