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토요일
마음 같아서는 김치부침개 부쳐먹고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럴 수 없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을 읽고 반해버린 그녀,
한비야 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강지원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되는 청소년 토크쇼.
한비야의 드림콘서트에 가기로 일찌감치 예약을 해 놓았는데
무료 행사라지만 비가 워낙 퍼붓듯이 내려서
몇 사람 못오겠구나..라는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로 청소년과 부모들이었지만 초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1-2층으로 되어있는 홀은 꽉차 있었다.
나도 태영이의 손을 잡고 월드비젼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긴급구호팀장 9년차인 그녀는 자신의 직업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긴급구호팀이란 세계적으로 재난이 일어났을 경우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긴급한 재난이 생기면
지금이라도 48시간 안에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토크쇼를 할 수 있는 것도 참 행운이라고 했다.
나는 책을 통해서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직접 들으니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특히 인생 90세를 90분 축구 경기와 비교한 부분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녀는 전반 45분도 뛰어보지 않고 20-30대에 인생을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화가 난다고 했다.
본인이 지금 52세인데 아직 후반 시작한지 얼마 안됐으니
시합은 이제부터라는 거다.
그 이야기를 한참 듣는데 옆에서 태영이가
"엄마, 후반 3분 전에도 골 넣을 수 있잖아요~"라고 한다.
녀석이 인생을 축구경기에 비유하는 걸 아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맞는 말이다.
90분 다 뛰어보지 않고 성공을 논할 수 없는 축구경기와 인생은 마찬가지 아닐까
아프리카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슬라이드로 쭉 보여주었는데
티 없이 웃고 있는 아이들...
한비야, 그녀는 저렇게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옥수수죽이 없어 3초에 한 명씩 죽어간다고 이야기 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태영이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왜 우리나라 사람들을 돕지않고 남의 나라 사람을 돕느냐는
비난에 대해서 진심으로 섭섭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90년까지 원조를 받던 나라이고
이제는 그래도 살만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자신이 돕는 아이들은 벼랑끝에 서 있는 입장이고
식량이 끊기면 바로 벼랑에서 그들을 밀어내는 상황인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비 오는 토요일 길도 많이 막혔지만 참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
남을 위한 삶을 자신의 행복으로 느끼며 사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아이도 그마음을 어느새 닮아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딸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이제는 사랑을 나눠주는 빛의 딸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녀는 멋졌다...
다음 번엔 나 혼자 가지말고 우리 멘토 가족들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봐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