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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듣는 교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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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교육 지원 왜 하냐고요?

최문순 화천군수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화천을 척박한 땅에 비유한다. 교육 지원을 통해 화천 아이들이 꿈을 이뤄간다면 화천의 미래는 밝다고 말한다.

1955년 7만3000명이 넘었던 강원 화천군의 인구는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다. 최근 10년을 보면 2만4000∼2만7000명 선에 머물러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감소하면 일반적으로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이지만 최문순 화천군수(66)의 생각은 다르다.

“인구가 준다고 화천군이 쪼그라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달 28일 군수실에서 만난 최 군수는 자신을 화천에서 나고 자란 ‘화천 토박이’라고 소개하면서 인구는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댐을 막아서 물을 채우는 것 같은 정책들은 실패한다”며 “귀농정책과 귀촌정책을 대대적으로 쓰다가 주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인구 감소는 육아 및 보육비 부담, 도시로의 전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아이 기르기 좋고, 교육시키기 좋은 화천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노력하면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가면 등록금에 월세까지 지원
화천군은 ‘아이 기르기 좋은 화천 만들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교육정책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올해 558억 원을 편성했는데 전체 예산(4034억 원)의 13.8%를 차지한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비롯해 공교육 지원, 글로벌 인재 육성, 인프라 구축, 문화환경 개선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화천 출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등록금 실납입액을 100% 지원해주고 월세나 기숙사비로 월 50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학자지원금과 거주지원금으로 22억 원이 지출됐다. 화천에는 대학이 없기 때문에 지원받는 대학생들은 모두 다른 지역에 산다. 세계 100대 대학으로 해외 유학을 가면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파격적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으로 유학을 간 한 학생은 지난 1년간 74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단, 부모가 3년간 화천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로 살아야 학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버지가 인사이동으로 타 지역에서 살게 되는 것은 예외로 인정한다.

최 군수는 “화천의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주민들의 경제력도 약하지만 아이들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교육비를 지원해준다고 애를 더 낳거나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진 않지만 애를 키우는 데 드는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를 거론하기도 했다. 맹자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환경을 위해 공동묘지 옆에 갔다가 시장 근처로 갔다가 나중에 글방 근처로 3번 이사했는데 경제력이 없다면 이사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화천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다른 지역 아이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입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전학률, 49.3%에서 13.0%로 급감
적극적인 교육정책 덕분에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전학률은 크게 감소했다. 화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비율이 5년 전만 해도 49.3%였는데 지금은 13.0%로 뚝 떨어졌다. 최 군수는 “인구 수준을 의식해 아이들에게 화천에 있는 학교에 가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학교에 진학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에 가고 해외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이 미국에 살든, 서울에 살든, 부산에 살든 화천이 뿌리라는 생각만 갖고 있으면 된다”며 “그런 화천 출신 학생들이 100명이 되고 1000명이 되면 화천의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50년 뒤 화천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 투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고 효과도 더디게 나타난다. 눈에 보이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하면 “저 다리는 ○○○ 군수 때 만들었다”는 평가를 쉽게 받을 수 있지만 교육 투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교육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최 군수는 “다리 놓고 길 넓히는 것은 좀 뒤로 미루더라도 아이들은 공부할 때가 있으니 이를 놓치지 않게 해주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우리 집에 돈이 없는데 어차피 대학을 가더라도 사립대는 못 간다’며 기가 꺾였습니다. 지금은 화천군에서 등록금과 실제 납입금을 다 지원해주니까 학생들이 국립·사립 따지지 않고 가고 싶은 대학을 선택해 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아이들의 기가 많이 살아났습니다”라고 길게 대답했다.

화천군의회 등에서는 교육 투자가 지나치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최 군수는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자고 설득하지만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며 “자치단체장은 선거에서 평가받는 자리이므로 소신껏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에도 화천군이 신속하게 움직여 교육부와 교육청이 제대로 챙기지 못한 현장 공백을 메웠다. 교육당국이 스마트기기를 보유하지 못한 주민들에게 보급을 완료했다고 밝혔으나 화천군에서 다시 파악해보니 스마트기기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태블릿PC 200대와 노트북 50대를 렌털업체에서 빌려서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지원했다.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아이들 중에는 컴퓨터가 있어도 사용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에 온라인학습지도사 8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학습지도사가 각 가정을 찾아가 온라인 수업을 받는 것을 도왔다.

1대당 1000만 원에 이르는 열화상 카메라를 군청에서 구입해 학생 수 100명 이상인 학교들에 지원했다. 비접촉식 체온계로 측정하면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서울 등 대학에 진학한 화천 출신 대학생들에게 마스크 20장씩을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화천군이 운영하는 방과후 기숙사 학원

화천학습관

모든 학생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주자는 최 군수의 생각은 어릴 적 개인적으로 겪은 ‘아픈 과거’를 계기로 굳어졌다. 중학교 2학년 중간고사 기간에 교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가 선생님에게 시험지를 빼앗겼다. 월납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월납금을 못 냈다고 시험장에서 쫓겨나다 보니 돈이 없어도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품고 화천군 공무원이 된 최 군수는 2008년 자치행정과장 시절 국비를 지원받아 화천학습관을 만들었다. 화천군에는 전문 입시학원이 없기 때문에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이 춘천 등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게 흔하다. 가정 형편 때문에 춘천으로 나가지 못한 학생들은 “우리는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화천학습관은 화천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과후 기숙사학원이다. 중3부터 고3까지 학년 당 15, 16명씩을 선발하는데 현재 60여 명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서울의 유명 학원 강사 6명을 연봉제로 계약해서 화천에 숙소를 주고 학생들을 지도하게 하고 있다. 또한 대입 수시 모집에 대비하기 위해 ○○학원 부원장 출신을 모셔와 학생들에게 컨설팅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학교가 끝나면 돌아와 오후 11시까지 학습프로그램에 따라 공부하고 2인 1실 방에서 취침한다. 외출은 일요일에만 가능하다. TV를 시청할 수 없고 휴대전화도 맡겨야 하지만 이곳에 들어오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철저하게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는데 6개월 단위로 시험을 본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은 탈락하기도 한다. 또한 벌점제가 있어 벌점이 많으면 떠나야 한다. 최수명 화천군 교육복지과장은 “중3부터 고3까지 4년을 성실하게 버티는 학생들은 대부분 ‘인(in) 서울 대학’으로 진학한다”며 “올해 졸업생 중에도 13명이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최 군수는 학생들과 대화하기를 즐겨 하는 편이다. 교육 현장의 얘기는 학생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1년 전 사내고등학교의 한 학생동아리에서 군수와의 면담을 요청해왔다. 그 자리에서 학생들은 3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거리가 깜깜해서 무서워서 다니지 못하겠다. 둘째, 문화의 거리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셋째, 주차장이 있음에도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차들이 도로변에 주차해 불편하다. 최 군수가 현장에 나가보니 말 그대로였다. 최 군수는 “8억 원을 들여 가로등을 교체하고 거리 정비를 했다”고 말했다.

2018년 말 사내면에 문을 연 수영장도 한 초등학생의 편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4년 전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수영을 배우고 싶은데 수영장이 없어서 배울 수가 없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화천초등학교 수영장에서 놀도록 배려했는데 이 학생은 다시 편지를 써 “우리 동네에 수영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수영장 하나 짓는 데 70억∼80억 원이 들어가고 하루에 100명은 이용해야 운영이 되기 때문에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최 군수는 사내면의 젊은 주부들과 할머니들을 찾아가 의견을 구했다.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특히 할머니들은 “무릎이 아픈 사람도 수영장에서는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국비를 받아다가 군비를 보태 4개 레인과 유아용 풀장, 찜질방을 갖춘 수영장을 완공했다. 최 군수는 “처음 수영장 건설을 검토했을 때에는 이용객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미어터질 정도”라며 “아이들 얘기를 귀담아 들으면 들을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1954년생 / 2011년 화천군 기획감사실장
2012년 강원도 교육연구실장 / 2013년 화천군 부군수
2014년 38대 화천군수 / 2018년 39대 화천군수



By 동아닷컴  (등록일 : 2020-06-26 09: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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