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의 반복은 집중력을 높인다

아침 6시30분,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울린다. 피곤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생각한다. ‘몇 시지? 음, 일어나야지. 5분만 더 누워있자. 아, 이러다 또 늦겠다. 오늘은 오전에 중요한 약속이 있으니까 조금 더 서둘러야겠다. 그런데 뭘 입지?’

늦은 저녁을 준비하면서 생각한다. ‘벌써 저녁 할 시간이네. 오늘은 뭘 하지? 그냥 간단하게 된장찌개만 끓일까? 생선은 해동하기 귀찮으니까 계란말이나 해줘야겠다. 그런데 얘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학원에 전화해 볼까? 또 중간에 새서 어디서 놀고 있는 거 아냐?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는지. 어휴, 내 팔자야.’

우리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이런 속내 말이나 혼잣말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생활한다. 전화번호나 지명을 잘 기억하기 위해 일부러 혼잣말을 소리 내어 중얼거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혼자 속으로 말하던 것이 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와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의 대화는 일반적인 대화처럼 주고받는 형식을 띠고 있진 않지만, 내 생각과 느낌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혼잣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어떤 혼잣말을 주로 하느냐 하는 것은 집중력과 연관이 있다. 혼잣말을 통해 자기 통제가 이루어지고 집중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갓 태어났을 때는 혼잣말은 물론 입 밖으로 내뱉는 말도 하지 못한다. 인간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은 갖고 태어나지만 언어 자체를 갖고 태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엄마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자기를 조절하게 된다. 오줌을 눌 마음이 없었던 아기도 엄마가 기저귀를 벗기며 “자, 쉬하자. 쉬이~”라고 하면 오줌을 누는 것이나, “꼭꼭 씹어 먹자.

조금씩 떠서 입 속으로 아~. 냠냠~ 우리 아기 잘 먹네”라고 하는 엄마의 말에 아이가 입을 오물오물 거리는 것은, 모두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의 특성이다.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두 살 이후에는 서서히 자기 입을 통해 나오는 자신의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조절하게 된다. “그만 먹을 거야!”라고 하며 숟가락을 놓거나, “엄마, 나 이제 이거 한 번만 더 하면 놀아도 돼?”라고 하는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차츰 아이들의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말과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속에서 혼자 하는 말로 구분되기 시작한다. 만 5~7세부터는 속내 말이나 혼잣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많아지면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 동안에 ‘치이, 엄마는 매번 잔소리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삐죽거리기도 하고, ‘울지 말아야지. 울면 더 혼날지도 몰라. 울고 싶어도 꾹 참을 거야’라고 하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이런 속내 말이나 혼잣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집중력이 낮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 또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현재 해야 하는 활동과 관련된 속내 말이나 혼잣말을 많이 하지만, 집중력이 낮은 사람은 해야 하는 활동과 관련이 없는 것에 대한 속내 말이나 혼잣말을 많이 한다.

올림이 있는 두 자리 수 덧셈할 때를 예로 들어보자.

집중력이 높은 아이들은 ‘37 더하기 15는? 두 자리 수 문제네. 어떻게 해야 하지? 일의 자리부터 먼저 더해야지. 7 더하기 5는 12니까, 2는 여기 쓰고, 1은 올려주고. 잊어버리지 않게 여기에다 작은 글씨로 써놓고, 이제 십의 자리를 더 해야지. 3 더하기 1은 4. 아차! 작은 글씨로 되어 있는 1을 깜빡할 뻔했네. 4에다 1을 더하면 5니까 여기에 쓰면……. 52가 되는구나. 아! 한 문제 풀었다. 이제 다음 문제를 풀어볼까? 몇 문제나 남았지? 일곱 문제만 더 하면 되니까 얼른 하고 게임해야지’라고 하면서 한 문제씩 풀어나간다.

하지만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문제만 쳐다보며 혼잣말을 전혀 하지 않고 있거나 ‘아이, 하기 싫은 수학 문제. 이런 건 도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내가 그 사람보다 먼저 태어났더라면 이런 지겨운 거 안 해도 될 텐데. 어휴! 지영이는 내일 놀이동산 간다고 하던데. 아, 나도 놀이동산 가고 싶다. 이따 피아노 학원가야 하는데 연습 안 했다고 또 혼나면 어쩌지. 아이 참…….’이라고 하며 지금 해야 하는 일과 관련이 없는 엉뚱한 혼잣말을 한다.

글. 이명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