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취미 등 또래문화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자신의 미래계획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에서는 부모의 의견을 수용하는 경향이 크다. 오히려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보살핌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것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서적 교감을 나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학원에 잘 다니고 있는 줄만 알았던 아이가 그동안 학원에 나가지 않고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아이에 대한 배신감에서 오는 분노를 꾹꾹 참아가며 이성적으로 아이와 원만한 대화를 나눌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언성을 높였던 부모 건, 오히려 아이가 반항적으로 나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모 건, 속상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녀교육서에서 제시하는 대화방법은 자신이 처한 특별한 상황에 적용하기엔 현실감이 없고 별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오히려 인내심이 부족한 부모의 잘못이 크다.
 

■ 아이를 이해하지 못한 월드컵의 추억 

솔직히 고백하건 데 교육전문가들도 여느 부모들처럼 이론과 현실과의 괴리에서 오는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할 때가 많다. 필자 역시 두 아들을 키우면서 늘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이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만은 아니다. 2002년 월드컵이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였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둘째 아이는 서울소재 한 외고를 다니고 있었는데 나는 아이의 내신에 무척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말고사를 며칠 앞두고 우리나라가 독일과의 4강전에 올라갔을 때 그 열기는 대단했다. 운동을 무척 좋아했던 둘째 아이에게 공부에 집중하라고 충고를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의 반 아이들은 자율학습시간에 교실에 남아 공부하고 있을 때, 우리 아이는 친구 몇 명과 광화문으로 가서 응원을 하고 밤늦게 집에 왔던 것이다. 온 몸에 비를 흠뻑 맞은 것은 물론 가방 속의 책과 공책이 엉망이 되어버렸을 때 한바탕 언성이 오간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이의 기말성적을 보니 예상대로 여서 화가 났다.
아이에 대해 실망(“너 그럴 줄 알았어”), 비교(“봐라, 여학생들은 시험 잘 봤지?”), 불신(“엄마가 당부했을 때, 넌 걱정 말라고 했지?”) 등 나의 말은 평가, 비판, 명령 등으로 결국 ‘너를 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처럼 비수용적 언어(아이의 말을 경청할 기회를 갖지 않음)는 상대방의 마음을 닫게 하고, 상대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게 하며,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갈등과 대립만 키울 뿐이다. 아이는 화가 나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고, 나는 일방적으로 분풀이만 한 셈이 되었다. 나중에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니 친구들이 함께 광화문에 나가 응원을 하자고 하는데 자기만 교실을 지킨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의리가 없는 행동이라고 여겨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성적이 떨어진 원인은 월드컵 응원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잘못 읽어 생긴 실수 때문인데 엄마가 몰아세우니 화가 났었다고 했다. 엄마야 속이 상하겠지만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도 대화를 이어감으로써 엄마 사이에 신뢰감을 돈독히 하는 것이 아이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 적극적 경청을 통한 의사교환 

아이가 커갈수록 부모나 교사와의 대화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 또는 행동에 있어서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럼 그렇지.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나보고 그 말을 또 믿으라고?”, “지질이도 못난 놈. 동생 좀 봐라. 너보다 훨씬 낫다” 등 등 부모가 무의식중에 내뱉는 말은 아이의 자아존중감에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부모로부터 존중감을 받고 자라지 못한 아이들은 장차 성인이 되었을 때 정서적 장애로 인해 사회적 부적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자녀와의 대화에서 적극적 경청은 바람직한 의사교환의 한 방법이다. 적극적 경청이란 아이의 말을 부모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재가 또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아이가 하는 말 속의 의도와 정서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음을 다른 말로 바꾸어 전하는 것이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때때로 아이의 말을 요약하거나 다시 정리하는 것으로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존중되고,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낀다. 부모의 이런 태도는 아이의 마음을 열게 하고,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나타내고, 스스로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 밝히고 해결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는 아이와의 신뢰감을 돈독히 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한다

■ 좋은 대화나누기 전략

1. 아이와 대화를 할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와 마주하고 앉는다. 설거지를 하면서 등 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2. 아이가 말을 하는 동안 눈을 맞추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에서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3. 아이가 아이의 말을 부모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아이와 나누는 말 속에 ‘난 너의 말을 못 믿겠어.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라는 메시지가 은연중에 아이에게 전달되는 순간 대화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4. 대화의 주도권은 부모가 쥔다. 대화를 하는 중에 아이가 하는 말을 다시 요약한다거나 분명하지 않은 말은 다시 물어보며 확인한다. 부모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에게는 존중감을 느끼게 하고, 부모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5.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귀가하는 아이를 꼭 안아준다. ‘허그’하는 것이 익숙지 않다면 대신 아이의 어깨를 감싸안아줘도 좋다. 열 마디의 대화보다 더 든든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6 .아이와 전화통화를 할 때 말끝머리에 늘 “사랑해!”라는 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