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

2022년 8월 5일 발사된 우리나라의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발사 20일 뒤 지구로부터 121만㎞ 떨어진 거리에서 보내온 메시지예요. 그로부터 약 4개월 후인 2022년 12월 27일, 다누리는 달 궤도에 진입했지요.

다누리가 달 궤도에 진입한지 1년을 맞이했어요. 그간 다누리는 달을 돌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귀중한 관측 데이터를 보내오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왔어요. 원래 다누리는 1년가량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관측 결과가 우수하고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해 2025년말까지 2년 더 달을 탐사하게 됐지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다누리 임무 수행 1주년을 맞아 롯데월드타워 서울 스카이(서울 송파구)에서 ‘다누리의 스펙타클 365전’을 최근 열었어요. 31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선 다누리가 일궈낸 과학적인 성과물을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답니다. 최근 이곳을 직접 찾아 다누리의 지난 1년을 돌아봤어요.

우주에서 오는 데이터가 이렇게도 빨리?

다누리의 스펙타클 365전’의 미디어 전시 공간. ‘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 메시지(왼쪽 상단)와 BTS의 뮤직비디오(오른쪽 하단)를 볼 수 있다

“Cos ah ah I’m in the stars tonight∼.”

미디어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 다누리가 달로 떠날 때 싣고 간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Dynamite(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어요. 이 뮤직비디오는 2022년 10월 28일, 다누리가 지구로부터 128만㎞ 떨어진 거리에서 직접 지구로 전송한 것.

우주에선 지상과 달리 통신이 수시로 끊어져요. 다누리는 이런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무리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개발됐어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인류를 달로 보내는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에 사용될 통신 수단이기도 한 우주인터넷 기술을 다누리가 달에서 최초로 성공한 것이라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다누리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진행했던 김대관 항우연 미래혁신연구센터장은 “다누리가 보낸 뮤직비디오의 첫 시작 구간이 지구로 오는 데에는 2.5초도 걸리지 않았다”면서 “데이터를 전송하던 중 통신이 끊긴 뒤 다시 연결되면 다누리는 처음이 아닌 끊긴 지점부터 다시 데이터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런 통신 기술들로 인해 지난 1년간 다누리가 관측한 데이터들도 잘 받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어두컴컴한 미지의 세계도 선명하게

NASA의 LRO가 촬영한 원본(왼쪽)에 다누리가 밝힌 섀클턴의 내부지형을 합성한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캡처

NASA의 달 궤도선(LRO)이 촬영한 사진에선 검게 표시되어 있지만 다누리의 영구음영카메라(SHC)는 미지의 세계를 선명하게 담아냈어요. 다누리가 카메라에 담아낸 지역은 달의 남극에 있어 영원히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 섀클턴! 너무 깊고 어두워 그동안 촬영이 어려웠는데, 다누리가 이곳을 관측한 것이지요. 지름이 약 20㎞, 깊이가 약 4㎞인 섀클턴의 온도는 영하 168도 이하의 극한 환경이에요. 다누리에 탑재된 NASA의 SHC는 NASA의 기존 달 카메라보다 빛 민감도가 200배 향상됐기에 처음으로 영구음영지역의 내부를 촬영해냈지요.

다누리는 달의 궤도를 돌며 촬영한 여러 사진들을 지구로 보내왔어요. 2022년 8월 26일 국내 최초로 지구와 달을 동시에 촬영한 사진은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카메라(LUTI)가 찍은 것. 지구에서 사진을 받아본 국내 연구진은 LUTI의 기술이 생각보다 뛰어나 긴급회의를 열 정도였다고.

김 센터장은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든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없듯 다누리가 이런 선명한 사진을 찍으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면서 “과거엔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를 우주 탐사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누리의 성공을 통해 우리나라도 우주 탐사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어요.

김대관 센터장 미니 인터뷰

김대관 항우연 미래혁신연구센터장이 다누리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Q. 우주 탐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A. 코끼리 등에 있는 개미는 죽을 때까지 코끼리가 어떻게 생긴지 몰라요. 개미가 코끼리에서 내려와서 가능한 멀리서 봐야 코끼리 다리 한쪽이라도 어떻게 생긴지 알 수 있죠. 우주 탐사의 목적도 마찬가지! 우주로 나가서 그 모습을 직접 보고 확인하는 거죠.

Q. 다누리가 찍은 사진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은?

A. ‘검은색 달의 바다와 봉우리’를 제일 좋아해요. 항우연이 개발한 LUTI로 달의 뒷면을 촬영한 건데 중앙에 있는 봉우리의 높이가 약 3400m예요. 한라산(약 1950m), 백두산(약 2700m) 최고봉보다 훨씬 높은 셈이죠. 저곳을 등산할 날도 곧 오겠죠? (웃음)

김 센터장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설명한 ‘검은색 달의 바다와 봉우리’에서 봉우리를 확대한 사진

Q. 우주 분야에서의 활약을 꿈꾸는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20∼30년 후엔 이 산업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거예요. 항공 우주가 아닌 전기·기계·토목·통신 등 어떤 전공을 택하더라도 우주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와 의지만 있다면 꿈을 펼칠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분야에서 재미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