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박무성군(19)이 학교를 그만둔 데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아침에는 친구들이 데리러 올 만큼 교우관계가 좋았지만 공부에는 흥미가 없었고 꾹 참고 학교를 계속 다니기에는 집안이 넉넉하지도 화목하지도 않았다. "대학에 갈 생각도 없었고 늦잠을 자다 보니 학교에 빠지는 날이 많아 '차라리 돈이나 벌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박군은 말했다.

# 올해 대학교 새내기인 김모군(18)도 지난 2014년 고교 1학년 때 학교를 나왔다. 특성화고 기계과에 들어간 김군은 전공이 맞지 않아 바꾸고 싶었지만 학교 특성상 그럴 수가 없었다. 수업에 흥미를 잃자 학교생활도 고역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전학을 갈 수도 없고, 학교를 다녀야 하나 고민하면서 매일 게임만 하다 결국 자퇴를 결정했다"고 김군을 털어놨다.

매년 5만~7만명의 초·중·고교생이 박군과 김군처럼 학교를 떠난다. 2014년 기준 학령기 청소년 668만명 중 학업 중단 청소년은 44만명(국내 거주39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을 지원하는 '학교밖청소년지원에관한법률'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정부가 전국 시군구에 설치한 202개 학교밖지원센터로 연계된 청소년은 4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입시 위주 학교…"학교 다니고 싶은 동력 없어"

청소년들이 학업을 중단한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서 가장 많이 꼽힌 대답(중복응답)은 '일어나기 힘들어서'(27.5%)로 나타났다. 이어 '공부하기 싫어서'(27.2%),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22.3%), '검정고시 준비'(15.3%) 순이었다.

실태조사를 수행했던 최인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며 "학교 부적응,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학교 폭력, 왕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처 학교에 다니고자 하는 동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학교에 가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없는 등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 것이다.

입시 위주 교육환경 탓도 있다. 최 연구원은 "청소년들의 욕구는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학교는 공부와 적응만 강조할 뿐 이들의 욕구를 맞추지 못한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친구와 관계 맺기도 어렵고 결국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나온 청소년 중 절반(50.2%, '학업중단 청소년 패널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은 검정고시 등 학업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23%)도 많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도 학업이나 취업을 원하게 된다. 그러나 제대로 된 기술 없이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오래가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고교를 졸업해도 정보가 부족해 직업훈련을 하거나 대학입시로 나아가지 못한다.

◇1년간 학업지원 5000여명·취업지원 4000여명

학교밖청소년을 지원하는 법률이 마련된 이후 정부는 전국 시군구에 20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마련하고 부처 합동으로 이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센터로 연계된 청소년들은 학업·취업·자립 지원을 받는데 지난해 총 5000여명이 검정고시·대학진학 등 학업지원을 받았고 4000여명이 직업훈련·자격취득 등 취업지원을 받아 일련의 성과를 거두었다.

학교를 나와 방황하던 박군과 김군도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군은 1년간 센터를 다니면서 이천시청소년지도 앱 제작에 참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대학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학업 중단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박군도 센터의 도움으로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찾았다.

박군은 "자퇴 이후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는데 센터 도움으로 행사에서 사회도 맡고 평소 할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했다"며 "대학은 부담이었는데 센터에서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도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센터에서 만난 선생님이 어떤 길이 있는지 알려줬고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센터가 청소년들의 바람을 모두 채우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특히 취업을 위해 직업훈련을 받기를 원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아직 인프라는 충분하지 못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이 많지 않은 데다 용접, 기계조립 등 직종도 다양하지 못하다. 현재 각 센터에서는 기업의 도움으로 자체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학교 밖 어딘가에 있을 청소년들을 발굴하는 일도 쉽지 않다. 현재 교육부·법무부·경찰청·여가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발굴에 애를 쓰고 있지만 지난해 센터에 연계된 청소년은 4만6000여명에 불과하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중 개인정보제공에 동의한 청소년에 한해서만 지원센터에 정보가 연계되다 보니 그 비율이 매우 낮다.

최 연구원은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나 대안학교 등 학업중단 청소년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며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기 길을 찾아서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찾아서 도와주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