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려보고 다른 사람이 이해하도록 자꾸 그려보면 창의력 샘솟아

켄 민 씨가 루커스필름 작업실에서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클론전쟁’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카툰네트워크

‘스타워즈…’ 애니 시리즈 ‘핸드페인티드’ 핵심 한국계 켄 민

루커스필름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클론전쟁’의 매력은 광대한 우주전쟁을 마치 사람의 손으로 그려낸 듯 섬세하게 제작한 컴퓨터 그래픽(CG)에 있다. 일명 ‘핸드페인티드(hand-painted)’ 기법으로 불리는 이 제작 방법의 핵심 인물은 한국계 켄 민 씨였다. 그는 22부작인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모든 소를 디지털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해냈다. e메일로 그를 만났다.

―만화를 전공했나요?
“홍익대에서 순수예술(미학)을 전공했습니다. 전통 회화와 예술사를 공부했어요. 렘브란트와 클림트 같은 거장들의 작품을 탐구하는 걸 즐겼죠. 그러다가 저만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표현하고 싶었고, 일러스트레이터 꿈을 꾸게 됐죠.”

―어떤 학생이었나요?
“공부를 잘하는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음악 작곡부터 스토리 창작과 스케치 같은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모든 부분에 관심이 있었어요.”

―어떻게 루커스필름에서 일하게 됐나요?
“대학을 졸업한 뒤 애니메이션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다지 일이 없었어요. 좀 더 배우고, 더 큰 프로젝트에 참가하기로 결심하고 미국으로 건너갔죠. (주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것이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시작이 결국 반 이상을 만들어 줬습니다.”

―루커스필름의 일상을 소개한다면….
“작품을 만들 때는 매일 아침 작은 영사관에서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모임을 가져요. 루커스 감독도 물론 함께 합니다. 모임 이름은 ‘데일리즈(dailies)’예요. 루커스 감독은 이 시간에 우리가 작업해야 하는 부분의 장면 캐릭터 세트가 어느 정도까지 되었는지 살펴보고 조언을 하죠. 아티스트들도 제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피고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면서 영감을 공유합니다. 그런 후에 일을 시작합니다. 일이 벽에 부닥칠 때는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 다른 아티스트를 부르고 감독님이 체크하러 오면 바로 즉석에서 리허설을 하기도 합니다.”

-루커스 감독은 어떤 분이신가요?
“상상력이 풍부하고 매우 꼼꼼한 분입니다. 외모는 TV나 잡지에 나오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 늘 그 복장이지요.^^”

―성공적인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한국 어린이들에게….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일단 그려 보세요. 스스로와 교감하는 것을 그려보고, 그런 다음 자신이 그린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해 보세요. 의미가 담겨 있는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 말이죠.) 하지만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죠! 놀이는 상상의 원천입니다. 밖으로 나가 뛰어 놀아요!”

―‘핸드페인티드’ 기법에 대해 설명한다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컴퓨터로 만들어진 그림과는 반대로 손으로 그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예요. 이 디자인에 숨어 있는 콘셉트는 스타워즈가 고전영화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현대적이고 유행을 앞서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늘이나 건물들 또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캐릭터에서 붓 자국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보이게 하는 것이 ‘핸드페인티드’의 대표적인 기법입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조지 루커스(1944년 5월 14일∼)
그는 영화를 문화에서 산업으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감독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성공으로 자신의 프로덕션을 설립했고 197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컴퓨터 사용을 선도했다. 기존의 필름을 자르고 붙이는 단순 작업에서 마치 워드 프로세스처럼 자유롭게 배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스타워즈는 1977∼2005년 제작된 공상과학영화 6부작 시리즈로 아카데미 작곡상, 미술상, 의상상, 시각효과상도 휩쓸었다.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도 대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