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대입 내신 영향력 무시 못해
올해 입시에서는 교육부의 ‘내신 실질반영률 30%’ 가이드라인으로 지난해보다 학생부 영향력이 분명히 커졌다. 지난해 주요 대학 내신 실질반영률은 5%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학생부는 실질반영비율이 전년도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아져 정시모집에서 학생부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30% 이상 되는 대학이 많고, 서울 소재 사립대 역시 20~30%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내신반영률이 올라갔어도 핵심은 등급 간 점수차다. 표면적인 실질반영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상하위 등급 간 점수차가 달라 실제 해당 등급 수험생이 느끼는 영향력은 천차만별이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보고된 186개 대학의 2008학년도 정시전형 내신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살펴보면 대학별로 내신 세부 등급 간 점수차를 적용하는 방식이 크게 바뀌어 내신성적에 따라 희망대학 당락 여부가 달라진다.
수험생이 몰리는 상위권 등급(1~4등급)에 대해 점수차를 줄인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등 주요 사립대들은 학생부(내신)가 합격을 좌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은 상위 등급 간 격차가 미미하다. 연세대는 1~5등급까지 등급 간 점수차가 0.5점에 불과하다. 게다가 학교 성적 중 등급이 좋은 3개 교과만 반영하는 방법으로 내신의 영향력을 더욱 줄였다.
다만, 이화여대, 동국대 등은 내신 등급 간 점수 차이를 크게 적용해 내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 일부 서울시내 사립대와 대부분 지방대들은 내신 상위 등급과 하위 등급 간 점수 격차가 동일해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상당히 유리하다.
일단 대부분 상위권 대학들은 상위 등급(1~4등급) 점수차를 적게 하고 하위 등급으로 갈수록 급격히 커지는 방식을 도입했다. 우수 수험생의 내신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등급이 내려갈수록 불어나는 등급 간 점수차로 인해 당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지난해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학은 평균 ‘우’ 이상을 받으면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9개 등급으로 내신 성적이 매겨지면서 등급별 점수 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전체 반영률이 늘어나고 소폭이나마 등급 간 배점 차가 생기면서 학생부는 지난해보다 훨씬 강력한 전형요소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입시전문가들은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30% 이상 되는 대학은 학생부의 영향력이 전년도보다는 상당히 높아진다”면서 “지원시 자신의 내신 성적에 맞춰 지원 전략을 치밀하게 짤 것”을 강조하고 있다.

■ 서울지역 외고-내신 성적 실질반영률 40% 이상
대입에서 뿐 아니라 특목고에서도 내신반영률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서울지역 6개 외고를 중심으로 내신반영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 외고 교장단은 2009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성적반영률이 평균 30%에서 40%로 높이고, 학교별로 영어우수자 등을 뽑는 특별전형도 2010년부터 아예 폐지키로 했다.
특별전형의 종류도 대폭 축소된다. 지금까지 학교별로 학교장추천, 외국어특기자 전형, 글로벌리더, 교과성적우수자 등 5~6가지 이상의 특별전형이 시행돼 왔다. 하지만 2009학년도 입시 때는 학교별로 1~2개 종류로 축소해 시행된다. 이는 기존에 외고 특별전형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한시적인 조치라고 외고 교장단은 설명했다.
특목고 입시의 변화는 내신 외에도 토플, 토익 등 공인된 영어시험이 새로운 시험으로 대체되는 것도 포함한다. 이는 지난 4월 토플이 서울지역 외국어고 입시에서 제외된 데 이어, 토익과 텝스 등 영어인증시험 성적이 전형 요소에서 완전히 제외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어시험을 학교별로 시행할지 아니면 6개교가 문제를 공통으로 출제해 사용할지는 논의 중이다. 서울시내 외고 교장들은 구체적인 2009학년도 입시안은 12월 말까지 교육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현재 중2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하는 2009학년도 서울지역 외고 입시부터 적용된다.
이같은 서울지역 외고의 조치는 지난해부터 제시한 내신 강화 방안을 점차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에도 2008학년도 입학전형부터 내신 성적 실질반영률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특별전형 선발 인원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고에 지원하는 수험생이 상위권이어서 내신 성적보다 영어듣기와 구술면접에서 당락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특목고가 우수 학교냐 귀족 학교냐는 상반된 시각이 대립하면서 입시정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사교육 시장을 키운 주범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교육연구소는 “앞으로 외고는 그 성격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면서 더 나아가 “특목고 성격, 교육적 타당성 문제를 엄격하게 고려한다면 외고 제도를 전면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일반고 등 다른 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목고가 입시 명문고로 변해가는 것에 대한 제동이 본격화 되면서 외고 역시 정부와 눈치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울지역 외고의 2009학년도 입시안은 정부의 입맛에 맞춘 ‘일시성’ 정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바라는 내신 강화가 어느 정도까지 특목고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