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류
논란이 일었던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물리Ⅱ 문제의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수능등급제 존폐 논란에
이어 복수정답 인정이라는 문제도 안게 됐다. 수능시험과 관련된 문제점이 점차 불거지며 2008학년도 입시제도로 인한 혼란이
입시 막바지까지 가라앉지 않고 있다. . |
■ 한두 문제로 등급 오락가락
 지난달
초 수능 등급이 발표된 후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고등학교와 대학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부는 수능등급제를 도입하면서
한편으로 내신 위주의 대입 전형을 유도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한편 시험점수 1, 2점에 목숨 거는 비교육적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수능등급제 도입의 기대와 달리 어려움이 더 크다는 비판이 높다. 고교 교육이 정상화되는 대신 사교육은 더욱 팽창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1, 2점에 목숨 거는 비교육적 현상을 없애자는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점수 1, 2점 차로 등급이 달라지게 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1, 2점에 더욱 목숨 걸게 됐다.
수능등급제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과목에서의 탁월한 능력이 동일 등급의 틀 안에 갇혀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과학이나 수학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학생도 4% 안에 드는 학생과 동일 등급으로 평가돼 변별력이 사라지는 반면, 등급의
경계에 위치한 학생은 실수로 한 문제라도 틀리게 될 경우 전혀 다른 실력을 지닌 학생과 동일하게 취급된다.
이에 수능 성적을 점수 표시 없이 단순히 9등급으로만 나눈 ‘단순 등급제’에 대해 갈수록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수험생, 학부모, 변호사들은 올 대학입시에 수능등급제 적용 중지를 요구하는 행정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 또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수능 채점 결과를 밝히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대학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강구하는 중이다. 수험생의 86%가 ‘단순 등급제’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수리 가 영역에서 98점을
맞은 학생이 2등급을 받은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또 한 수능 수험생은 “2008학년도 수능에서 등급제 평가방식은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나고, 법령에 근거한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교육부와 평가원을 상대로 수능 등급분류 처분 무효 확인 소송까지 냈다.
일선 수험생이나 대부분의 교육 단체에서도 대부분 ‘단순 등급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대입 정책을 대학 자율에
맡기려는 구상을 하고 있어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개선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수능등급제 당장 고쳐야”VS“대학 준비 부족이 혼란 자초”
2008학년도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된 이후 각계의 반발이 심해지고 등급제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자 2009학년도부터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수험생의 신뢰 이익 보호를 위해 최소한 3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며 당장 고치기 어렵다고 한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대입전형기본계획은 해당 학년도 시작 1년 6개월 전에 발표하도록 규정한다는 점도 변경 불가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정책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007학년도까지
해온 것처럼 수능 등급 외에 표준점수, 백분위 등 세부 자료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환원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는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결정적인 상황에서 등급을 조합할 경우 성적 역전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전형
계획을 미리 밝히도록 한 것은 시행령 또는 고시인 만큼 3년 예고 관례만 고집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황규호 입학처장은 “등급제가 점수제에 비해 학생을 선발하기 어려운 ‘거친’ 척도”라며 “등급제에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병용하거나 총점제를 적용하는 것이 완전 등급제보다 상대적으로 공정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평가원 홈페이지에도 수능등급제에 대한 비판적인 글이 대부분이다.
한 학부모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아이가 수리, 외국어, 사회탐구에서 모두 1점 차로 등급이 내려가 지원 가능 대학이 달라졌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수능등급제에만 국한해서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2008학년도 대입안은 단 한 번 치르는 수능 점수대로 학생들을 줄 세워 대학 진학을 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식에서 출발했다.
수능 등급을 자격기준 정도로 하고, 학생들이 3년 동안 교육받은 학교 기록을 인정해주고 장기적으로 대학마다 창의적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 한 관계자는 “문제는 수능시험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 등급제가 이미 예고되었음에도 주요 대학들은 여전히 수능시험을
결정적인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며 “수능 등급제는 이미 3년 전에 예고돼 있었으나 그간 대학들은 학교기록을
어떻게 활용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고 대학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또 “2008 대입안에서 함께 발표한 입학사정관제 도입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미 3년 동안 차분하게 준비했어야 할 대학들이
마치 수능등급제가 갑자기 도입된 것처럼 대책을 논의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